2019년 상반기의 나는 어땠는가?
지난 날의 나를 되돌아본다.

회사


2019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회사 생활에 대해 먼저 생각해본다.

나의 문제 중 하나는 회사 업무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성장한다는 면에서 장점이 될 수도,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면에서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1년 반을 지내니,
일에 대한 열정을 (많이) 가지고 태어난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자의적인 야근, 주말에도 업무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람찬 부분은 있다.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가 겸 데이터 엔지니어를 맡고 있으면서
상반기에 큼직한 프로젝트를 여러 개 해냈는데,

  • POI데이터의 우선순위를 지정하는 2천 여개의 기준을 약 5백 만개에 해당하는 POI데이터에 적용해 가장 큰 지출 중 하나인 장소 관리 비용을 74% 정도 절감하고,
  • 수동으로 검수했던 POI데이터의 메타 정보를 자동으로 검수할 수 있는 자동검수기를 여러 개 개발하여 검수 비용과 리소스를 절감하고,
  • 기존에 curl 방식으로 만들어 운용하던 크롤러를 키워드 기반 방식을 새롭게 개발하여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구비하고 있다.
  • 현재는 타 팀이 운영하던 모바일 앱 서비스의 일부를 인수 받아 필요한 데이터를 원활히 적재할 수 있도록 DB 설계 재정의 및 데이터 자동화 관련 환경을 구축했다.

앞으로는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며 개발하거나 활용했던 기술을 블로그에 좀 더 풀어내보고자 한다.

건강


회사를 다니기 전까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건강했던 나의 몸은 처참히 망가졌다.

환기가 잘 안 되는 사무실에서 (심지어 바닥도 카페트이다) 온갖 먼지를 다 먹고,
통근시 버스를 왕복 3-4시간 동안 타면서 온갖 먼지를 다 먹고,
하필이면 대기 오염이 심각해져 실외에서도 온갖 먼지를 다 먹고, ….
이러다보니 일 년에 한 두 번 걸리던 감기를 주마다 한 번씩 걸리게 되었다. (잘 낫지도 않아…)

또, 그 놈의 살 살 살!
매일 8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다보니 군살이 많이 붙었다. 인생 최대 몸무게 등극.
체력 단련 및 건강을 위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PT, 필라테스, 스피닝 등을 했는데 근력 운동은 필라테스가, 유산소 운동은 스피닝이 좋았다.
필라테스 + 스피닝 조합은 적극 추천이다. (하지만 주머니가 조금…)

디톡스도 해보겠다고 인터넷에서 GM 식단을 찾아서 시도해봤다.
7일 동안 과일만, 야채만,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붓기는 조금 빠진 것 같으나 체중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그닥 추천하지는 않는다.

사실 회사 다니면서 운동하는게 참 어려운 일인데,
남은 하반기 동안에도 열심히 운동해서 체력 관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

휴식


열심히 일을 하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시기가 꼭 오기 마련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나는 여행을 선택했다.

겨울의 제주도, 봄의 규슈, 여름의 오사카는 각각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특히 봄의 규슈는 단연 일품이었다.

후쿠오카에 머물다 유후인에 가서 료칸을 이용하는 계획이었다.
사실 삿포로가 참 가고 싶었는데 눈이 녹아버리는 바람에 후쿠오카로 결정했다.
그래서인지 별 기대가 없었는데, 기대가 낮으면 만족이 높다고 했던가. 참 괜찮은 도시였다.
특히 라쿠스이엔으로 불리는 일본 정원에서의 전통 차 한 잔은 일본의 정취를 입 안에 머금은 것만 같았다.

후쿠오카도 후쿠오카지만, 유후인은 최고의 힐링 장소였다.
도착하자마자 펼쳐지는 에키마에 거리의 흰색, 갈색, 회색의 완벽한 색 조합.
유후인 역을 시작으로 쭉 뻗은 거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그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유후산의 고즈넉한 자태.
료칸에 도착해 널찍하고 아름다운 방에 짐을 풀고 유노츠보 거리로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길 옆의 풀꽃들이, 햇빛에 반짝 거리는 냇물이 반겨준다.
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노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몇 달 간의 피로가 싹 가신다.
유후인의 정적인 아름다움은 스트레스의 존재조차 잊도록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따뜻한 봄의 규슈 여행을 추천한다!

총평


100점 만점에 50점.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업무 성과 측면으로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 측면에서도 훌륭하게 해내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으로서의 나는 잘 돌보지 못한 것 같다.

  • 회사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아 블로그 개설, 사이드 프로젝트, 통계 수학 공부 등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일하면서 틈틈이 하고 보긴 했지만)
  •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만들지 못했고, 여가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해서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 (여행은 자주 갈 수는 없기에… 자주 할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다)
  • 업계의 흐름을 트렌디하게 알 수 있는 컨퍼런스 등의 행사도 별로 참여하지 못했다. (GCP 워크샵, 데브그라운드 등은 잘 보고 왔지만)

네, 변명입니다.

그래서, 다짐


2019년 하반기에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나 자신을 잘 알기’로 설정하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내면을 건강하게 관리할 것이다.
회사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고, 여가 시간을 적절히 활용해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이 ‘글또’ 모임에 가입한 것이다.
같은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과 ‘글’이라는 훌륭한 도구로 네트워킹하며
업계 동향, 기술, 지식을 습득하고, 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들로부터 자극도 받으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발전하고 싶다.

글또를 시작으로 드디어 미뤄오던 블로그를 개설했다.
하반기의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아서 뿌듯하다.
첫 글 쓰기가 참 어려웠는데, 이제는 글을 쓰는게 겁나지 않을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고, 현재를 적어내고, 앞으로의 모습을 그려낼 것이다.

6개월 후의 내 모습을 기대하며 상반기 회고를 마친다.